
'울트라북'이라는 촌스런 이름이 유행하기 시작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이제야 비로소 이름에 걸맞는(여전히 촌스럽긴하지만) 모델들이 갖춰진 것 같다.
아수스(최근에 한국 표기명을 에이수스로 바꾸었다)는 원래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메인보드 제작사였으나, 그 영역을 ODD와 VGA등으로 슬슬 확장하더니 노트북 전선에 뛰어들어 이제는 상당한 위치에까지 올랐다. 아수스 노트북은 처녀작 부터 저가형 모델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브랜드 밸류를 고급전선에 올려놓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람보르기니와 디자인 협약으로 고급형 게이밍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인지도가 높아진 다음에야 다양한 제품군을 쏟아내며 저가형 시장까지 공략하는 모습이 '이놈들은 뭘 해도 해내겠어'하는 믿음을 준다. 주식공부를 좀 했었으면 진작 아수스 주식을 좀 사뒀을텐데...
잡설은 여기까지로 하고, 오늘의 주인공 젠북을 만나보자. 11.6인치 울트라북으로 샌디브릿지(이하 샌디) 플랫폼이다. 샌디이상의 플랫폼에서 성능은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어졌다. 특히 서브로서의 활용도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 샌디플랫폼은 언제나 필요이상의 성능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미세공정으로 발열과 소음, 배터리 시간의 평준화까지 이끌었으니, 요즘 랩탑이라하면 디자인과 마감, 액정, 키보드 정도의 '외관'에서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 사진 속 모델은 UX21E-KX012V로 i3-2367m 이 들어간다.

외관에서 풍기듯이 이 녀석은 상당히 고급스런 재질을 가지고 있다. 전체가 알루미늄으로 덮여있는 것이다. 맥북 에어의 영향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맥북에어의 장점을 그대로 흡수한 IBM 랩탑이 되는 셈이다. 알루미늄은 발열해소에도 유용하며 튼튼하여 크랙의 염려가 없는데다, 촉감이 항상 '뽀송뽀송'(?)한 장점이 있다. 실제로 젠북에 두 손을 올려두고 작업하면 마치 에어콘이 빵빵한 고급 호텔 로비에서 샤프한 정장을 입고 한쪽 다리를 꼬고 더치커피를 마시며 작업해야 어울릴 것 같은 상콤한 느낌을 준다.

11인치급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크기의 터치패드이다. 처음 보면 너무 오바스럽다 싶을 정도의 크기인데 실제 사용해보면 편하기 그지 없다. 타이핑시 손목과의 간섭도 딱히 없는 편이고 패드 자체의 느낌도 만족스러웠다. 버튼 역시 패드 아래쪽을 비워 눌렸다가 탄성에 의해 복원되는 방식으로 구분감도 있고 상당히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반면 키보드는 안타까움의 한숨을 금할 길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극한의 두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마감자체는 딱히 흠잡을 것이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키가 눌리는 깊이가 매우 얕아, 키감은 거의 최악의 수준이다. 장시간 타이핑은 거의 불가능 하지 않을까 싶다. 간이 키보드라 생각하면 될듯.

깜찍한 전원 연결부가 보인다. 하긴 요즘 많은 벤더들이 저 정도 수준의 깜찍함은 기본요소로 갖추고 있기에 특이사항이라 보긴 어렵다. 키보드와 액정 사이, 힌지에 위치한 스피커는 생각보다는 괜찮은 소리를 들려준다. 시각적으로도 매우 정갈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구성이라 만족스럽다.

원래 노트북은 마감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부분이 눈 가까이에 있고 손으로 만져지게 되는 부분이라 마감이 참 중요한데, 젠북의 마감 상태는 최상급이다. 돌출된 디자인도,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도 전혀 없으며, 정확히 액정에 모든 시선을 잡아끄는데 방해될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위 사진에 보이는 고무패킹의 경우도 작게 조각내어 각 모서리에 위치시키면 될테지만(실제로 그것이 일반적이다), 젠북의 경우 전체를 둘러버림으로 전체 디자인의 흐름에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나는 딱히 노트북의 두께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강조하진 않았지만, 젠북의 두께는 실로 얇다. 예전 같으면, 아니 알루미늄 본체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두께는 필히 강성에서 치명적 문제를 야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알루미늄이 이 두께를 가능케했다. 실제로 액정과 하판 부분을 손으로 잡고 살짝 비틀어보아도 뒤틀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미세공정 샌디플랫폼과 SSD도 이 두께에 한몫했을 것이다.

위 사진은 포트부인데, '음... 아무리봐도 맥북에어인데?'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어지럽히지만 같은 재질과 같은 두께인 이상 뭐 딱히 이 디자인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좌측은 mini-VGA 포트로, 동봉되는 RGB 포트와 연결되어 프로젝터나 모니터등의 외부출력을 담당한다. 사진은 없지만 반대쪽에는 USB3.0 포트 한개와 미니 HDMI 포트도 갖추고 있다. 두께를 감안하면 뭐 할만큼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SD슬롯 하나 정도는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USB도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고... 얇아서 불가능하다고? 그러니까 좀 더 두껍게 만들면 되잖아! (필요이상의 두께 경쟁을 이해할 수 없는 1人)

아무래도 노트북 디자인의 결정적 요소는 상판 디자인일 것이다. 젠북은 이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은 재질을 사용하면서도 아수스만의 개성을 살린 동글뱅이 무늬는 아주 마음에 든다. 까페에 앉아 있다 화장실에 잠깐 다녀올때 내 자리에 올려져 있는 노트북의 상판떼기를 보며 '음 역시...'하며 워킹에 자신감이 붙을정도의 디자인은 되는 것 같다.
뭐...사실 핵심은, 다행스럽게도 상판의 경우 '맥북에어'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되겠다. 이게 본질이다 - -)
액정에 관해서는 뭐, 딱히 할말이 없다. 11인치에 TN LED면 거의 비슷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IPS면 모를까...소니액정은 예외로 치더라도 말이다.
젠북은 상당히 우수한 노트북이다. 샌디플랫폼을 내장한 충분한 성능과 훌륭한 마감들이 아수스의 브랜드가치를 더 높혀주고 있다. 다만 옥의 티인 키보드를 어떻게 리뉴얼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아니, 키보드에 대한 고민을 하긴 할지가 더 관건일듯 하다. '이 정도면 됐지'라고 생각한다면, 역시 나는 TP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두께를 조금만 늘려서 키감좋은 키보드를 메리트로 내세우면, 디자인 측면에서도 맥북에어를 떠올리며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되고, 확실한 메리트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카메라: EOS 450D
작성기기: Thinkpad X301